다시 나들이를 시작 (박오례/서구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이용자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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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정용 작성일 19-11-06 16:55 조회 5,112회 댓글 1건본문
새 해가 시작되면서 이용하던 프로그램을 중단하기로 결정을 하면서 당분간 민기를 어떤 프로그램이나 기관에 보내지 않겠다고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민기를 받아주는 곳도 없겠지만, 나 역시 맡기고 싶은 곳도 없었다. 보내 놓고도 전전긍긍하는 것도 지쳤고 그럴 바엔 같이 집에 있자는 어쩔 수 없는 결론을 내렸다. 다른 친구들과 같이 지내는 일이 어려워져서 프로그램을 그만하기로 했다고 설명하니 민기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러고는 아침이면 외출하고 싶어 엊그제 자른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 가자고 조르고 자신이 아는 장소를 대면서 나가자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쓰러웠고 매일 민기를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 민기에게 하루가 나보다 더 힘들고 지루함을 알지만 대안이 없었다.
서구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센터가 생긴다는 말을 들었지만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센터에서 혹시 몰라서 못 오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밴드에도 올리고 유인물도 나눠줬던 것이 생각나 전화를 한 번 해봤다. 민기의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단체생활이 어려움을 얘기했을 때 ‘그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 문제를 가지고 있다면 더더욱 여기에 와야지요. 아무것도 제한두지 않고 합격이 된 후에 이용자를 만나요. 적응기간도 없습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아무것도 제한하지 않는다는 말에 설명회에 참석해서 내가 본 선생님들의 각오는 대단했고, 제대로 맘먹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엄마라는 이름으로’ 버텨내려던 울타리에 빗장을 풀었다. 첫날 민기는 불안해 했고,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그 후로도 가끔씩 문제가 발생되기도 했지만, 민기가 불안해 하는 상황이나 요소를 찾아 최대한 해소해 주고 안정되기까지 기다려 주면서 민기와 선생님과의 신뢰가 쌓이면서 얼굴 표정도 좋아지고 점차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주고 새로운 걸 시도해 보고, 관심을 끌어내고 가능성이 보일 때 같이 기뻐해 주는 모습을 볼 때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 사이에 나의 하루는 여유로워졌고, 민기가 센터에 있는 동안은 더 이상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 중학교 이후로 여행하는 프로는 한 번도 참여시키지 않았는데 센터에서 1박2일 캠프가 준비 중이었다. 안 보냈으면 속 편하고 좋으련만, ‘모든 이용자들과 함께 하고 싶다며 믿고 보내시고 편히 쉬고 계세요.’라는 말을 듣고, 또 민기한테 물어보니 당연히 가고 싶다고 대답하기에 10년 만에 보호자 동석 없이 나들이를 보냈다. 하나하나 다 챙겨줘야 하는 이용자들 사이에서 얼마나 애를 썼을지 돌아오는 이용자들의 말끔하고 밝은 얼굴을 보고 알 수 있었다. 말만 앞세우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준,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앞장 서 주시고 지켜주시는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곳에서 장애상태에 따라 차별하여 이용여부를 구분하고 거기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현실이 만연한 지금, 서구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가 제시한 ‘아무것도 제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은 당연히 되어야 했던 일을 드디어 현실화하려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문제로만 치부하지 않고 함께 가자는 슬로건을 걸고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서구발달장애인센터가 단초가 되어 전국 곳곳에 기간을 제한하지 않는 평생교육센터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것이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행복에 더 가까워지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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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센터장님의 댓글
센터장 작성일
당당한 우리 모두의 벗,
멋진 우리 모두의 동생,
사랑하는 우리 모두의 아들~ 우리 민기를 응원합니다!
우리 민기와 어머니에게 시작된 나들이가 더 따뜻하고 풍성해지도록
흔들림없이 이 길을 가겠습니다.
우리 센터의 주인이신 귀한 딸/아들과 부모님들에게 감히 한 말씀 올립니다!
부족하나마 함께 걷는 현장과 사람들 있으니, 힘 내세요~^^